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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안세영 선수와 베드민턴 협회, 내가 독일에서 경험한 것

독일생활백서

by The 1975 2024. 12. 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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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정확히 말하면 첫 파트가 끝났다. 대한체육회는 역사상 가장 적은 국가 대표를 출전시키며 금메달 5개라는 예상 성적을 내놓았다. 하지만 올림픽이 시작하자마자 400m 자유형에서 김우민 선수의 동메달을 따며 시작했다. 양궁은 여자단체전에서 10번 연속 금메달을 땄다. 공기소총 10m에서 16살의 반효진은 역대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의 기록을 세웠다. 대한민국 국가 대표단은 13개의 금메달 9개의 은메달 10개의 동메달로 종합 8위였다. 금메달 13개는 대한민국 대표팀 역대 최대 금메달 개수다. 또한 이번 올림픽의 대표팀 기록들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떠올리게 한다. 금은동 구별 없이 전체 메달 개수만 보면 1988년 서울 올림픽의 33개에서 하나 부족한 32개였다. 금메달은 서울올림픽보다 많은 13개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홈 그라운드의 올림픽이었다. 가장 적은 대표선수를 가지고 이 때와 비슷한 수의 메달을 기록한 것이다. 게다가 여자양궁 대표팀은 1988년 첫 여자양궁 단체전이 시작된 이래 모든 올림픽에서 10회 연속 금메달의 쾌거를 이뤄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주제곡과 함께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첫 올림픽이었다. 또한 한국의 존재를 알리는 올림픽이기도 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이용해 가졌던 최대 금메달 갯수를 가장 적은 국가대표를 출전시켜 따 냈다는 게 뭔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실력 있는 선수들을 배양할 물리적 인프라, 기술적인 면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런 것들은.. 흔히 말해 잘 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성취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건 선수들의 태도였다.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올림픽이라는 세계 최고들의 나오는 대회인데도 금메달이 아니면 죄인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올림픽이 시작되자마자 수영 경기를 가장 먼저 봤는데 한국 선수의 동메달을 보고 너무 기뻤다. 동메달 너무 잘했다. 칭찬했다. 세계랭킹 24위였던 00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 인터뷰에서는 "별거 아니라니까 자신 있게 해"라는 동료 선수의 응원을 받고 힘을 내서 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선수들이 스스로 사랑하는 무언가를 즐기며 최고의 성취에도 기뻐하지만, 그렇지 못해도 최선을 다했으니 기죽지 않은 모습이 너무 좋았다.  예전처럼 못하면 어쩌지 하며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내가 사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고, 그 순간을 즐기며 임해 최고의 성적이 나왔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위너는 열심을 다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파리 올림픽은 시작 전부터 말이 많았다. 센강 오염 문제, 파리의 비싼 올림픽 특수 요금에 대한 우려부터 시작해 개막식의 몇몇 사건들은 놀란거리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파리에서만 말이 많았던 게 아니다.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한 베드민턴 선수가 온 대한민국 국민들의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바로 안세영 선수다. 

 

 

독일에서 살고 있는 꾸질꾸질한 나이지만, 한국 분들을 종종 만나서 함께 하게 돼면 반드시 겪는 일이 있다. 한국 분들은 토론을 할 줄 모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떠한 문제를 두고 말할 줄을 모른다는 말이다. 독일에서 만난 유학생들 중 어떠한 문제를 제기하면 자신이 지적당하거나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나는 그냥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하는 것이고 제안일 뿐인데, 자신에 대한 지적을 했다며 대분노 또는 꽁하게 기억했다가 똑같이 되 갚아 준다던가..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사회 경험이 있는 분들은 반응이 확실히 다르긴 했다.  아직 사회생활경험이었으니 그럴 수 있다 생각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어려웠다. 합의점자체를 생각하지 않으려 해서 함께 하기가 상당히 남감했다.. 한국 분들은 들을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듣는 연습도 잘 안되어 있고, 대부분의 경우 일방적으로 "네가 최고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해줘야만 좋아한다. 안 그러면.. 쪼끔 과장해서 싸우자의 태도로 나온다. 

 

나는 독일에 와서 3년 쯤 됐을 때였을 것이다. 졸업을 위해 독일어 수업 학점을 채워야 했다. 어학원에서 제공되는 독일어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수강신청이 무척 어려웠다. 수업은 한정되어 있고, 국제 학부생뿐 아니라 석사, 박사과정을 포함해 방문 연구원들까지도 독일어 수업을 들으려고 해서 수업 자리가 부족했다. 수강신청은 일찍 하지 않으면 자리가 부족해 다음학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인기가 적은 수업이 있어 들어갔는데 어학원 학장이 가르치는 수업이었다. 학장님은 첫 시간에 "너희들 국제 학생들.. 혹시 어학원 수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내 차례가 왔는데, 난 이렇게 말했다. "수업신청과정이 너무 효율적이지 못해요. 그리고, 어학원 수업이 부족해요. 수업에 자리는 부족하고 졸업을 위해 필수로 학점을 따야 하는 학생은 많으니 다음 학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있었어요."라고 말이다. 어학원 학장은 수업을 더 많이 늘리지 못하는 이유를 우리들에게 설명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잠시 침묵을 한 뒤 수업을 이어 나갔다. 

 

그 수업은 정말 좋았다. 우린 열정적으로 수업을 즐기고 과제를 했고, 어학원 학장은 마지막 수업에 "올해 수업은 정말 재밌었어요" 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최고의 성적을 줬다. 그리고 6개월 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어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어학원은 내가 말했던 단점들을 보안할 만한 방법을 마련해 필수학점이 필요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강신청 방법을 바꾼 것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난 그냥 동양의 자그마한 나라에서 온 여자애였을 뿐이었는데, 어학원 학장은 나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말한 단점들이 정확히 반영되어 있었다. 독일이 선진국인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을 많이 했다. 그때마다 들었던 말은 "어쩌라고?"라는 말이었다. 또는 "감히 우리 시스템을 지적해?" 라며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존심이 가득 상해 나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 

 

안세영 선수의 제안은 상당히 정당성이 있다고 보여 진다. 난 오히려 배드민턴 협회가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 말을 듣고 지혜로운 해결방안을 생각할 만한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오히려  초반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지금은 미국 시민권자인 방수현 선수를 라디오에 내보내 깎아내리기에 급급했고, 최동철 전 방송 위원은 버르장머리 없는 후배의 치고받음으로 치부하는 걸 보고, 한국은 아직도 멀었구나.. 싶었다. 협회가 경영적인 머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학장이 되면 하는 일이 있다. 거의 이 일을 하기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뛴다고 합니다. 그건 뭐냐 바로 학생들을 가르칠 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학장은 1년 동안 미국 전역을 돌면서 대학을 유지할 펀드/후원금 받으러 그렇게 열심히 뛴다고 합니다. 협회에서 어르신들이 해야 할 일은 뭡니까.. 선수들이 마음껏 실력 발휘하도록 후원 빵빵하게 모집하는 일 그것이 협회장의 의무입니다. 협회장님 자신의 권위와 사회적 지위 인맥 뭐 하실 겁니까 그런데 쓰라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선수들 상금 모두 회수하고 나머지 연봉제가 뭡니까.. 이건 착취 아닌가요. 더 경영적으로 생각하셔서 배드민턴의 파이를 늘릴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을 텐데요. 

 

오히려 안세영 선수는 침착하고 어른스럽게 대응하고 대화하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담력이니 악착같이 어려운 훈련을 매일 하면서 성장했겠지요. 협회를 더 깔 수도 있었지만, 안세영 선수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파리 올림픽은 9월 8일 까지 페럴림픽으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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