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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애들은 학문을 하기 위해 가난을 감수하면서 대학에 가는가

독일생활백서

by The 1975 2022. 8. 13.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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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애들은 가난을 감수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가?

코로나 기간 동안에 김누리 교수님이라는 분의 한국 교육 비판에 대한 영상이 이슈였던 적이 있다. 나는 그분의 영상을 보고, 조금 현실감이 떨어지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90년대 이후 내가 경험한 한국 교육과, 이후 교육문화인류학 석사를 하고, 교사교육과 과학적 소양, 과학자가 될 자들을 위한 교육과, 시민을 기르기 위한 과학교육에 대한 일 했던 것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우선 김누리 교수님의 한국교육의 현실에 대한 진단부터가 조금 의야하다. 그분의 논리는 한국 교육의 현주소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분이 학생이었을 때 아마도 1965-70년대의 한국 교육을 말씀하시는 게 아닐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우선 그분은 한국교육을 4가지 단어로 설명하시면서 말씀하 신 것 중에 반공교육..이라는것,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반공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또한 강의를 듣는 내내 거슬렸던 것은 확신 가득한 그의 문장들이었다. 나는 교육문화인류학을 배울때, 특히 학문적 글쓰기를 할 때 반드시라는 단어라던가, 단정하는 듯한 표현을 쓰는 게 아니다라고 배웠다. 어딘가에서 예외가 하나라도 나오면 그 문장과 주장은 바로 거짓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분의 강의 내내 내가 들었던 생각은.. '독일 교육을 지나치게 이상화 하시고, 자신의 이상과 바램을 그것에 투영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독일도 사람사는 곳이다.

김누리 교수님은...

“독일은 우수한 아이가 대학 가고, 그렇지 않으면 직업학교 간다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한 아이는 벤츠 타고, 대학 나온 아이는 골프 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학을 간다는 건 학문이나 예술하기 위해 가난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라며, “직업학교 가는 게 사회적으로 전혀 열등감 느끼는 일이 아니다”

고 설명했다.

 

정부는 돈이 많을 지 몰라도.. 독일 애들은 직업학교를 가나, 대학교를 가나, 평균을 따져 보면 독일 사람들은 한국인들보다 돈이 많지 않다. 특히 대부분 젊은 애들은 대부분 돈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킨더갤드도 25세까지 받고, 정부로부터 지원이 많아서 돈이 많이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 개인주의라 다른 사람 어떻게 사는지 관심도 없고, 상대방이 돈이 많은지 아닌지 잘 판단하지 않으며, 뭐 돈 없다고 한국처럼 사람은 하등하게 보고 개무시하고 그러는 일이 많지 않다.

우선, 직업학교와 김나지움 갈 학생을 가르는 것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학생의 가정환경’을 바탕이며 거의 대부분 교사가 정한다. 남쪽의 경우 교사의 의견이 강하고, NRW(노르트베스트팔렌)의 경우 부모님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되어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상의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이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가정환경을 바탕으로 교사가 정한 다는 것을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이해하면 안된다. 독일은 독일만의 문화와 가치체계가 있다. 이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며, 한국과 많이 다르다. 이 세상이 모두 한국과 같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한국에서 들은 것과 독일에 와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내가 겪은 것은 참 많이 달랐다. 내 지인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에센에서 알게 된 대학생 율리아는 에센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독일인 친구다. 율리아는 레알슐레(Realschule)에 진학했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율리아 말로는 자신은 소극적인 학생이었고 학교 분위기는 그렇지 않아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학교생활이 불행했다고 했다. 부모님은 고민 끝에 학교와 상의 해 율리아를 김나지움으로 옮겼고 대학에 진학했다. 율리아에게 학생들의 진로를 초등학교 4학년때 정하는 것에 대해 물어 봤는데, 만약 부모님이 게잠트슐러나 레알슐러를 다녔으며 슈퍼에서 캐셔를 하고 계시다고 하자. 그렇다면 교사는 이 아이에게 부모가 나온 같은 레벨의 학교를 추천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무리 아이가 뛰어나도, 그 아이가 가는 길을 부모님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아이는 불행할 것이며, 결국 같은 수준의 학교를 가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면서도, 한국인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개인의 개척" 보다 "부모에세 상속된 문화 또는 유전적 기질"을 더 중요시 여기는 계급사회 같아 보인다. 우생학까지 떠올리게 만든다.

어렸을 때 슬로베니아에서 독일로 난민으로서 이민왔던 이사벨이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영국에서 만났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이 친구는 독일 교육을 아주 극찬했다. 내가 공부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도록 독일은 기회를 주었다면서 독일은 내 인생의 은인과 같은 나라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친구도 자신보다 나보다 낮은 사람, 즉 직업학교 학생들을 위해 가난을 자처함으로 대학에 갔다는 말은 들을 수 없었다.


두 달 전, 독일어 수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반은 외국인 학생을 위한 독일어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다양한 국가에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및 유학을 통해 독일 대학에 온 학생들이었다. 북유럽, 남부 유럽, 남아메리카, 인도, 중국, 아시아, 한국, 미국에서 온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챕터의 주제가 독일의 대학 교육이었다. 독일어 교수님께서 우리 반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얘들아 독일에서 예전에는 대부분 대학에 많이 안갔단다. 하지만 요즘에는 독일에도 대학을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아졌고, 실제로 대학진학률이 조금 올랐지.  다들 대학을 가고 싶어해.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독일애들은 왜 대학에 가고 싶어 할까? 이유가 뭘까?"


우리들의 대답은 이랬다.
학생 A: "더 공부를 하고 싶어서요",
학생 B: "학문적인 것에 관심이 더 있어서",
학생 C: "자아실현을 위해서요"
학생 D: "더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서요"

 

 

교수님은 고개를 저으면서 모두 아니다 Nein! 하셨다. 우리에게 대답할 시간을 더 주셨지만 아무도 맞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교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독일 학생들이 대학을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말이야.. 대학을 졸업하면 international 하게 다른 나라에서 직업을 잡고 싶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야.  요즘은 독일에 있기 보다 대부분 다른 나라에 가는 기회를 갖고 싶어 하지."

 

라고 하셨다. 이게 가난을 감수하겠다는 것인가? 내 생각엔 좀 더 나은 기회를 위해 나 하나 더 잘 먹고 살자고, 내 개인의 행복을 위해 해외에 나가겠다는 말 같아 보인다. 뭐 북한 처럼 외국나가서 국가에 할당금을 바치는 것도 아닐테니 말이다.

이번 학기에 공대에 다니는 남자사람친구를 수업에서 새롭게 만났고,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이 친구는 처음에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너 처럼 00학과 졸업하면 어느 나라든 취직할 수 있잖아! 넌 어느 나라에 가고 싶어?"라고 말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미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살아서, 어디나 사람사는 건 다 비슷하고 뭐.. 특별히 외국에 나가는 것에 큰 욕심은 없다. 그래서 난 딱히 그런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국가를 딱히 정하지 않고 코스모 폴리탄으로 전세계를 누비며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 친구는 외국에 나가는걸 굉장히 꿈꾸고 있는 듯 했다. “독일에만 있는 것은 지루해” 라는 그의 말을 들으며 현대의 독일 학생들은 독일을 떠나는 것이 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 독일에 2-3년 살아보니 나도 다른 나라에 가고 싶을 것 같다. 독일에만 있는 것은 마치 여름방학에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놀러 와 쭉 눌러 앉아 있는 느낌이다. 푸근하고 먹을 거 많이 주고 좋은데.. 모든 게 느리게 흘러가고,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낡은 방식이 아직도 쓰이고 인다. 그곳에만 가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고,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차단된 채 공원에서 한적하게 멍때리기 좋은 그런 곳 말이다. 뉴스에는 유럽이야기 뿐, 임팩트가 큰 일이 아니라면 아시아 이야기는 뉴스에서 자주 듣기 힘들다.

실제로 독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나라는 캐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 통계가 그러하다고 한다. 예전에 카페에서 미국에 다녀온 독일 남학생이 나머지 학생들에게 “그 말야.. 노스캐롤라이나의 어디어디.. 무지 좋았어” 라며 미국에서의 경험을 가주 좋은 기회였다는 투로 말하는 대화도 들은 적이 있다. 또 독일 대학에서 공부 하기 전 다녔던 어학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과정예 계시면서 일 하시는  여자 선생님이 계셨는데, “독일 사람들은 좀 더 나은 연봉을 위해서 미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고 들었다.

연대의식은 있지만 역시나 개인의 행복은 중요하다.

내가 독일에 있으면서 경험한 독일 대학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계산이 뚜렷한 친구들이었다. 내가 얻을 게 뭐고 잃을게 뭔지 잘 아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이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모든 관계에서 해당된다. 한국인 젊은이들보다 더 가성비 따진다. 왜? 돈이 없으니까.. 

입장료로 커피와 음료수면 입장료는 뽑는다 말했던 tier가 떠오른다. 그저 그곳에서 즐기는 즐거움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낸 금액을 즐거움으로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을때 지갑을 여는 것이다. 독일 정부도 마찬가지다. 복지와 금전적 지원 뒤에는 반드시 세금과 그 효과로 되돌려 받을 것을 철저히 계산한다. 독일의 복지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어진 임금이 백성들에게 베푸는 그런 어진 마음 같은게 아니다.

마치 독일 정부가 철저한 계산 끝에 복지 정책을 펼치듯, 각 개개인도 재빠르게 내 이익을 계산하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대로 결정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 학생들은 가난하다. 그리고 열등감을 가진 친구들도, 질투를 하는 친구들도 꽤 많았다... 특히 독일은 굉장히 이성적일 것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의외로 감정, 화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독일 언어가 좀 화내는 것 같은 발음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언어의 느낌이 아니라 정말 목소리가 쉽게 높아지거나 질투를 많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나는 독일에서 "킴은 참 인내심이 많다"는 칭찬을 많이 들을 정도다. 내가 독일에서 유독이상한 사람만 만난 것인가? 중에는 대학 정교수도 있다. 이건 다음에 한번 풀어 보겠다.

열등감이라는건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정서이며 감정이다. 열등감 없는 사회가 어디있단 말인가..
도데체 어떤 사회가 그 시스템을 통해 열등감 없는 인간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소설 속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하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건 신화이고, 환상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만약 그런 사회가 있다면 굉장히 이상한 곳이다.

그렇다면 김누리 교수님의 저 말은 무엇일까?
역시 처음에 이야기 했던 것 처럼 자신의 이상과 바람을 독일 교육에 지나치게 투영하신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그분 말씀대로 정말 학문이 좋고, 그것을 위해서 가난을 감수하기 위해 가는 아이들도 몇몇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독일 대학생들과 많이 이야기를 해본 결과.. 나는 회의적이다. 독일애들이?? 인간은 똑같다. 독일인이라고 뭐 우수한 품종이란 말인가? 위대한 문화와 사회제도가 만들어낸 우수한 품종의 인간일까?? 인간은 다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고 자기가 가진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한다. 저렇게 위대한 목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마치 성자처럼 던져 버리려고 대학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고, 살고 싶은 인생을 살고 싶어하며 대부분은 돈이 엮여 있다. 독일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직업학교를 가는 것이 열등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 말씀하셨는데, 독일에서의 직업학교는 한국의 실업계 고등학교와 많이 다르다. 한국의 실업계 고등학교와 독일의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는 루트와 그 미래가 같다고 보고 말한다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전세계에 독일 연구를 위해 주는 지원금

김누리 교수님의 중앙대학교 독어어문화학과 교수님이시고, 서울대도 나오신 똑똑한 분이시고,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하신 분이다. 석사만 두개 째인 내가 그분을 어찌 얕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강한 비판과 내 경험을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그분이 운영하시는 중앙대학교 한독독일연구소는 독일 정부로부터 독일을 알리는 학문사업에 선택되어 독일정부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 이것 때문에, 더욱더 그 분이 독일을 이상적으로만 이야기 하시는 것을 100% 신뢰할 수 많은 없다. 물론 좋은 말씀을 하시는 건 알겠지만, "외국은 이렇게 좋다더라.." 맥락없이 좋은 점만 따와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는 좀 지양했으면 한다. 게다가 인문학자러면 좀 더 세련된 접근과 해석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두서없었지만 내가 실제로 독일에 와서 경험한 것과 내가 한국에서 들었던 독일찬양은 참 많이 달랐어서 한번 적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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