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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을 너무나 좋아해 전도할때도 토론회를 여는 독일 교회, 독일의 토론 문화

독일생활

by The 1975 2023. 9. 1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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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을 좋아하는 독일 문화

길지 않지만 내가 독일에 있으면서 느낀 것은 독일은 참 토론을 좋아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내가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본다.

토론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고 설득한다

독일 대학 내 기독교 동아리의 전도 집회

어느 날 터키 박사과정 친구와 함께 학생 식당 앞 벤치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되게 귀엽게 생긴 독일인처럼 보이는 남자애가 전단지를 들고 와서 말을 걸었다. 들어 보니 대학 내 기독교 동아리에서 나왔고 전도지를 돌리고 있었다. 전도지를 보니 기독교 동아리에서 대학생들을 전도하기 위해 전도지를 돌리고 있었다. 전도지를 받아 보니 3일에 걸쳐 저녁에 토론회를 하고 있었다. 기독교 동아리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네비게이토’라는 기독교 동아리였다. 토론회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독일 전도 집회의 토론회 주제
1. 내가 평가받는 것이 과연 진짜 나일까? (내가 받는 성적이 나를 결정하는가?)
2. 기독교의 주장들은 진짜 독선적인가?
3. 지금 이 시대.. 희망이 남아 있는 걸일까?

꽤나 흥미로운 주제들이었다. 제목만 봐서 이 토론회는 현세대들이 기독교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정확히 관통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와 내 친구는 아직 독일어가 그렇게 수준급은 아니라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 혹시 독일어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관심 있으면 한 번 와보라”는 말을 하며 떠났다. 나도 기독교, 개신교인이었고 네비게이토를 잘 알고 있어서 잠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계속 터키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나는 독일 문화와 한국 문화가 극명히 대비되는 점에 웃음이 났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아기 때부터 교회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대학생 때는 한국에서 청년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교회에 다녔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여러 교회들에서 진행되는 전도 집회를 봐 왔기 때문에 한국과 한참 다른 독일 교회의 모습이 느껴졌고, 이것은 교회의 문화일 뿐 아니라 독일인들, 독일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춤, 노래, 게임 심각한 생각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걸 준비하는 한국 교회의 전도 집회, 오히려 심각한 주제와 사람들의 불만을 정면돌파 하는 토론을 준비하는 독일 교회 이것은 그 나라가 좋아하는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전도라는 것을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이런 점에서 독일문화와 한국 문화는 조금은 극과 극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할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선, 춤, 노래, 연극을 준비하고, 먹고 마실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한다. 또 교회에 따라서 규모가 큰 교회 일 경우 마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처럼 재미있는 게임과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친해질 거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진 기독교라는 것을 전달하는데 사람과 사람들이 친해질 수 있는 것은 노래와 춤, 활동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독일은 무시무시한 토론을 준비하고 이것들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마음을 얻으려 한다? 너무 웃겼다. 한국이라면 이런 토론회를 교회에서 연다면 아무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교회에서 대학생들을 초대해 전도를 할 때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면 지루한 아이디어라며 모두가 거절할 것이다. 아니면 그 토론회는 싸움으로 끝나 모두가 화가나 벌개지거나 어두운 얼굴로 교회를 나가는 모습이 연상될 것이다. 이럴 때면 한국이 k-pop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차세대 주도권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왜 인지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은 그 문화속에 원래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전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이 현재 가장 인기 있게 된 것은 어떠한가..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한국인들은 재미있고, 신나는 음악과 춤 멋지게 보이게 하는 패션까지 스스로 멋과 재미를 중요시 여기고 추구하는 나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역사적으로 봐도 큰일을 할때 마다 음악과 먹을 것을 준비해 잔치를 열고 모든 사람을 불러 그 재미를 나누는 풍습은 확실히 한국의 독특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을 설득할 때도 논리적인 것보다는 우선적으로 감정적인 접근이 많다고 생각된다. 불쌍하다. 어찌 그럴 수 있겠나. 가슴이 아프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등등의 전개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일의 인과 관계와 그 사건이 가져올 파장을 설명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다. 논리적인 설득 보다 상당히 감정적인 반응이 많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으쌰으쌰 하는 경향이 있다.

독일 대학 기독교 동아리 전도집회 내용

반면, 독일은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큰일 날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사람을 초대하다니.. 그리고 그것도 토론이라니.. 무슨 행사를 망칠 일 있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 분명 토론회의 끝은 회의감과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져 끝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도발적이고도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한다. 토론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하다니.. 한국에서 토론이라 함은 네가 옳다 내가 옳다 서로 케이크 한 조각이라도 더 먹으려 빼앗으려는 사람처럼 다투고 끝나는 것이 아닌가 이 정도면 토론하는 걸 얼마나 좋아해야 이런 일까지 계획할까 싶을 정도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독일에서 겪은 일들중에 이런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다르게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결론 지었다. 독일인들은 토론을 통해 느끼는 티키타카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아닐까? 라고, 마치 한국인들이 즐거운일에 함께 웃고 그것을 즐길 때 하나됨을 느끼는 것 처럼 말이다

토론을 통한 티키타카에서 정을 느끼는 독일

짧지만 내가 느낀 독일 문화의 특징이다. 한국인은 감정적으로 서로를 좋아한다는 것을 은근히 나누면서 정을 쌓아가지만 독일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토론과 대화할 때 느끼는 티키타카가 속에서 이들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토론이라는.. 그것도 민감한 사안에 대한 토론을 무기로 내놓다니.. 이들은 깊이 생각하고 토론 할 때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인게 분명하지 않을까. 나는 터키 친구에게 이것을 설명하면서 독일 문화와 한국 문화의 차이점에 대해서 말하면서 한참을 웃었다.

말하기 시험의 전통이 있는 독일 대학

독일은 대학에서도 학생수가 적으면 보통 Oral Exam(말하기 시험)을 본다. 이 말하기 시험은 전통적이다. 어떤 교수는 학생이 많아도 말하기 시험을 보는 사람이 있다. 이 말하기 시험이 굉장히 골 때리는 게.. 학생마다 질문이 달라진다. 교수가 물어보는 중요한 질문들은 존재하지만, 이 말하기 시험이라는 게 기계적인 질문과 대답이 아니다. 교수의 질문은 학생의 대답에 따라서 달라지고, 학생의 대답하는 태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교수와 학생의 토론의 기술이 드러난다. 교수가 하는 질문은 학생이 하는 대답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학생이 어떤 질문을 하는데 자신이 없어하면 그 부분을 더 파고 질문 할 수도 있고, 학생은 자신이 심도 있게 공부한 부분을 교수가 다음에 질문하도록 자신의 대답을 통해 유도할 수도 있다. 이 교수와 학생의 질문과 대답의 기술이 상당히 필요하다. 교수와 학생의 대화의 티키타카가 잘 되어야 한다. 심지어 공대, 수학, 자연과학에서도 말하기 시험을 본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독일 애들은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겠구나. 다 자기 자신을 변호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말을 해야만 한다.

토론하는 WG 문화

독일에는 한집에 여러명이 같이 사는 WG가 있다. 여기에 빈 방이 생겼을 경우, 새로운 하우스 메이트를 찾는데 이 때, 새로운 사람을 불러 집을 보여주고 인터뷰를 한다. 어떤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와 생각은 같은지 다른지 같이 살만한 사람인지 말이다. 여기에도 토론을 통해 정보를 얻고 문제해결하는 독일의 문화가 드러나 있다. 인터뷰를 할 때 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을 질문하며, 인터뷰 후에는 이미 살고 있는 하우스메이트들과 함께 이 사람이 적합할지 아닌지 토론을 거쳐서 집에 들어올 사람을 결정한다. 이때 그냥 설렁 서렁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이 사람을 반대하는 이유가 있고, 또 그 이유가 있다면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내가 독일인 WG에 들어갈 때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또 집과 관련해서 어떤 문제나 해결할 일이 있을 때도 토론을 한다. 이것은 문제나 나의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토론이 아니다. 합리적인 해결과정을 얻기 위한 토론이다. 이것이 한국과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싸움이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모든 사람에게 가장 좋은 해답을 얻으려고 하는 소통이다. 그러니 모두가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좋은게 좋은거다 이런 태도는 토론에 좋지 못하다.

거침없이 질문하는 대학강의

어느 수업에서 교수님과 함께 하는 연습 문제 시간이 있었다. 이때 교수님이 준비한 내용 중에 뭔가 의심 가는 부분이 있었는지 한 학생이 그것을 지적하며 질문했다. 너무 사실을 직시하는 날카로운 질문이라 그 교수님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당황할 정도였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한국이었다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 학생에게 이상한 눈치를 줄 법도 한데, 아무도 그러지 않았고 교수님은 그 질문에 당황했지만 친절하게 대답해 줬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고 다음에 대답해 준다. 한국이라면 교수님을 당황하게 하는 질문, 교수님의 실수나 지적인 부족함을 지적하는 질문을 한 학생은 교수님의 눈 밖에 나지 않았을까? 부담스러워 할만도 하고, 내가 한국의 대학원에 있을 때만 해도 공대가 아니었는데도 교수님이 말할 때는 아무도 토론에 끼어들지 않았다. 나만 끼어들어 교수님이 한 말에 부족한게 있다면 커멘트를 달았었다. 독일 대학에서 그렇게 교수의 잘못을 지적한 그 학생의 태도는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태도이다. 그 질문을 한 학생은 내 친구였고, 그 친구는 곧바로 그 교수님의 총애를 받으며 그 연구실에 연구 학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닌 해결하기 위한 토론

독일의 토론과 대화는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껴졌다. 한국은 토론이 굉장히 감정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니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지만, 독일은 “조금 감정을 배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이 많다. 한국의 경우 토론이 보통 내 주장이 맞다고 말하고 싶거나, 또는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경우가 많고, 정말 한국에서 너무 지겨웠던 ” 누구 잘못이냐 따지기..“ 보다는 독일은 정말 “문제, 그 자체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토론한다 말한다. “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간구하면 끝이다. 정말 싸우기 위해 하는 토론이 아닌,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하는 토론이 아닌 우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으기 위해 이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듣는 곳이 토론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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