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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여행 4일차 스플리트 (4) 이 곳에서 하면 안되는 것

해외여행

by The 1975 2022. 10. 1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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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가기 위해 나가는데 열어 놓은 캐리어가 보였다. 캐리어에 있어야 할 롱 웻 슈트가 없었다. 어? 왜 안보이지? 옷장을 열어보고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없다. 혹시 화장실에 빨아 놓고 그냥 놔뒀나? 가봤는데도 없다. 여행 가면 숙소에 꼭 한 두 개씩 물건을 놓고 오는데 이번에는 꼼꼼하게 잘 챙겼다고 좋아했었다. 여행 오기 전에 사서 딱 한번 입은 수영복인데 바닷가 탈의실에 걸어 놓고 그냥 온 것이다.

수영복 찾으러 갈 것인가. 전망대에 오를 것인가. 난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영복 찾으러 가면 전망대는 못 간다. 해변에 오고 가는 사람만 백 명쯤 될 텐데 누군가 가져가거나 바닥에 떨어져 바람에 날아간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타이밍이었다. 지금 가도 못 찾을 것 같았다. 수영복은 다시 사면되는데 전망대는 언제 올지 모른다. 그래 전망대를 가자. 전망대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에 해변에 들러 찾으면 운이 좋은 거고 없으면 없는 걸로 하자며 가볍게 마음먹었다.


작지만 다양한 아름다움을 가진 스플리트

마르얀 전망대는 해변도로에서 이어지는 길을 통해 올라 가거나 마을 쪽에도 올라갈 수 있다. 구글 지도를 보며 숙소에서 전망대 쪽으로 걸어갔다. 산책로는 도로포장이 잘 되있어 자전거로 오는 분들도 많았다. 조그만 검은색 푸들이 달려와서 내 다리 냄새를 맡고 간다. “미안해요~!” 목줄을 하지 않은 아저씨가 바로 사과한다. “괜찮아요. 귀여운 강아지네요~!” 대답해줬다. 이곳은 스플리트 주민들이 하루를 끝내고 반려견을 대리고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는 곳이다. 하루 3시간씩만 걸어도 7년이면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셈이라는데 이 분은 몇 년 동안 키우셨을까? 지구 몇 바퀴째 일까? 생각하는 사이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는 굉장히 넓었다. 잠시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있었다 360도 돌아가며 스플리트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봤다. 오늘이 스플리트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워 사진을 마구마구 찍었다. 이제 반대편으로 내려갔다.

그림1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전망대_올라가는길
그림2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전망대_풍경

 


위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위에는 돌 뿐인데? 고개를 들어보니 암벽에 사람이 매달려 있다.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다. 바위에 핀 하나를 달아 놓고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다 갑자기 매달려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밑에 있는 동료와 뭐라 뭐라 대화가 오간다.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보는 것 만으로 용감해지는 기분이다.

그림4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암벽등반

스플리트는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유명한 드브로브니크 보다 물가가 조금 저렴하다. 올드타운에서 아기자기한 골목을 돌아다니고, 저녁엔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 또 고대 유적지가 도시 속에 있으며, 주변에도 있다. 아름다운 해변에서 절경을 보며 여유롭게 누워 있다가 수영도 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플리트비체까지 당일 투어도 가능하다. 플리트비체뿐 아니라 krka 폭포를 포함해 9개의 아름다운 폭포들이 스플리트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폭포에서 단체로 래프팅도 할 수 있고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사 가지고 소그룹으로 카누를 타다가 주변에서 한가한 피크닉을 하다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다. 생각보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 스플리트는 여행지로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소박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만드는 편안한 분위기가 참 좋다. 다음 여름에 꼭 다시 오고 싶다.

그림4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아직못했어요.

 

잃어버린 수영복의 행방

서둘러 어제 마지막으로 갔던 예지낙 해변으로 향했다. 걷다 보니 주변은 이미 깜깜해졌다. 아저씨 한 분이 앞에 걷고 계셨는데 같은 곳으로 가고 있었다.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걸음이 빨라졌다. 앞질러 가다 보니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 내가 먼저 인사하고 쿨하게 앞서 간다.

저기 내가 썼던 탈의실이 있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아 좀 더 가까이 갔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휴대폰 조명을 켜서 비춰봤다. 어둠 가운데 내가 뒤집어 벗어놓은 그대로 수영복이 있었다. 으악! 나는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어.. 악!!!!”

그림5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수영복 찾기

스플리트에서 할 수 없는 일

어두운 거리를 내려오다 보니 파란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역, 스플리트. 즐기는 동시에 존중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생각보다 유명하지 않았던 스플리트가 왜 깔끔하고 기분 좋은 곳인지 여기에 그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몇몇 행동과 활동이 금지되고 있었다.

그림6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에서 할 수 없는 일_광고판

 

 

캐리어를 과도하게 끄는 것, 수영복만 입거나 누드로 거리를 걸어 다니기, 길거리에서 소변보기, 길거리에서 큰 소리 지르기, 길거리 음주, 건물 벽에 그래피티 그리기, 텐트 치고 캠핑하기. 이 행동들은 금지다. 위반했을 땐 벌금을 내야 한다.

독일은 공원에서 자전거 타다가 맥주 한 병씩 마시고 화장실에 갈 수 없어 공원 한켠에서 소변보시는 분들을 종종 본다. 또 관광지로 들렀던 스페인 세비야에서도 그렇게 길거리에서 소변 냄새가 심했었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의 깨끗하고 품위 있는 모습 뒤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다양한 자연을 가지고 있는 관광도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규칙이라고 생각했다.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는 다락방을 개조한 아파트이다. 아슬아슬한 계단을 올라 들어가면 깔끔함 방이 나온다.이불속에서 차가운 몸을 녹이며 유튜브를 봤다. 아쉬워 잠이 오지 않았다. 알람을 맞추고 날씨 앱을 보니 내일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다.

그림7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숙소에서

내일 조금 일찍 스플리트를 떠나 다시 자다르로 돌아가기로 했다. 자다르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함부르크 공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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