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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여행 3일차 스플리트 (2) 다정한 도시

해외여행

by The 1975 2022. 10. 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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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0_크로아티아_여행_3일차_스플리트_일정

어제 수영하고 반바지를 입고 밤늦게까지 돌아다녀서 잘 때 춥고 피곤했다. 침대에서 뒹굴뒹굴 체크아웃 시간까지 있다가 허겁지겁 나왔다. 날씨는 좋았다. 바다가 보이는 올드타운 메인 거리로 나와 카페에 앉았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눈이 마주치자 친절하게 인사를 해준다. 스플리트는 참 다정한 도시라고 느껴졌다. 누구든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했다.(자다르와 비교됨)

독일처럼 커피와 빵을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카페 직원이 내 영어를 못 알아듣자 옆에 있던 크로아티아 손님이 내 말을 알아듣고 대신 말해 줬다. 아쉽게도 빵과 케이크는 베이커리에서만 팔았다. 대신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한숨 돌렸다. 오늘은 뭐하지? 몸도 찌뿌둥하고, 계획 세운 건 없었다. 새 숙소 가는 날이라 우선 짐 맡길 곳을 예약했다.

그림1_크로아티아_여행_3일차_스플리트_메인거리에서_커피

카페에서 나와 바다 쪽을 봤는데, 저쪽에 미니기차가 있었다. 놀이공원에서 볼법한 그런 미니기차다. 나이가 지긋한 커플들이 앉아 있었다. 어디 가는지도 몰랐지만, 이 분들의 푸근하고 인자한 표정에 이끌려 나도 미니기차에 앉았다. 심지어 어디가냐 물어보지도 않았다. 분명 좋은 곳에 갈것 같았다.

기차는 산을 올라 어떤 공원 입구까지 운행했다. 마르얀 공원(Park suma Marjan)이라는 곳인데, 스플리트의 폐라고 불린다고 한다. 공원을 둘러보고 싶으면 내렸다가 한 시간 뒤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돌아오면 되는데 난 캐리어가 있어서 볼 수 없었다. 다시 덜덜 거리는 미니기차를 타고 스플리트 메인 거리로 돌아왔다.

기차에서 보는 풍경이 멋있었다. 아름다운 해변도 있고 등산로, 자전거 도로, 클라이밍이 가능한 절벽도 있었다. 낮은 언덕에 나무가 엄청 많았다. 스플리트 시민들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온다. 여행자들도 이곳 전망대에 올라 간다. '그래 오늘, 내일은 여기서 시간을 보내면 되겠다.!' 기차에서 내려 벤치에 앉아 캐리어를 열어 긴팔 웻수트부터 챙겼다. 오늘은 해변을 가고 싶었다.

그림2_크로아티아_여행_3일차_스플리트_미니기차

 

우선 근처 여행사에 캐리어를 맡겼다. 나오려는데 스포츠 액티비티가 있는 책자가 있어서 쭉 봤는데 스쿠버다이빙이 있었다. 895쿠나에 '초보자 가능'. 직원에게 물어보니 내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에 차로 픽업해서 다이빙 장소로 갔다가 끝나면 다시 스플리트로 데려다준다고 했다. 왠지 해보고 싶었다. 바로 예약하고 나왔다. 카수니 해변에 가기 위해 미니 기차로 갔던 길을 다시 걸어 올라갔다.

카수니 해변
그리고 반대편 누드비치

카수니(kasjuni beach) 해변의 썬베드는 펍에 돈을 주고 하루 동안 빌려야 한다. 썬베드에 자리를 잡으면 직원이 와서 음료 주문도 받고, 이때 돈을 내면 된다. 가방 보관 때문에 썬베드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2시간만 있을 거라.. 포기했다. 해변에 가방과 신발을 놓고 큰 티셔츠로 가려 놓았다. 다행히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 들어 갔는데 보드라운 모래가 발가락을 감싼다. 해변은 적당히 고립되어 있고, 적당히 넓다. 숨겨진 은신처 같은 안락한 느낌이 드는 해변이다. 수평선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면 마르얀 공원의 돌산과 소나무들이 눈앞에 있다. 너무 멋있다. 스플리트에서 가봤던 해변 중에 가장 좋았다.

그림3_크로아티아_여행_3일차_스플리트_카수니비치

카수니 해변을 따라 반대편으로 걸어가면 누드비치가 나온다. 누드비치 문화가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너무 구석진 데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깊은 곳을 수영해서 반대편 해변으로 갔는데 바로 누드비치 앞에 도착했다. 물에서 나왔는데 벌거벗은 사람들이 수건을 몸에 두르고 앉아 있었다. 누드비치인지 알았다면 방향을 틀어 보통 해변까지 갔을 텐데.. 어이쿠야 얼른 옆 해변으로 걸어가려는데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난 뭐 개방적인 사람이니까. 원래 조금 이상한 사람도 호기심에 말을 하는 편이다. 난 한 때 인류학도 공부했고, 유럽 사람들도 함부로 하기 힘들어하는 건장한 체구의 사람인 데다가 혹시 이상한 짓이라도 한다면 적절히 대처할 만한 든든한 깜냥이 있는 사람이다. 호기심에 인간 vs 인간으로 잠깐 대화를 나눴다.

아하하하.. 생각해보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사람들 앞에 온 몸을 가린 전신 수영복 입은 사람이 있으니 얼마나 눈에 띄였을까. 게다가 이곳에 있는 유일한 동양인이다. 내가 흥미로워 보였던 것 같다. 커피도 주시고, 초콜릿도 주셨다. 나는 먹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난 당류와 유제품이 몸에 안 맞아서 안먹기 때문에 거절했다.

 


유럽에는 누드비치가 많고 자연스럽다. 나체주의자들은 바닷물에 젖은 수영복을 입고 있는 게 피부와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벗고 있다. 나도 독일에 3년 정도 있다 보니.. 유럽은 물도 안 좋고(석회 물) 스산하게 추운 데다가 한국처럼 매일 따뜻한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따뜻한 햇빛은 건강에 정말 중요하다. 나도 독일에서 몸이 안 좋을 땐 햇빛이 강한 날 벤치에 30분 정도 누워있으면 아픈 게 낫는다. 한국은 바닷물이 피부에 안 좋다는데, 유럽 사람들은 바닷물이 피부에 좋다고 한다. 유럽 사람들이 옷을 벗고 썬텐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현상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그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유 없는 문화는 없다.

누드비치 주의자들은 건강을 위해서 그러는 것 같으니 너무 야하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할아버지는 매일 이곳에 오신다고 한다. "너는 왜 이렇게 긴 옷을 입고 있니? 그렇게 입고 있는 거 네 몸에 좋지 않아."라고 말했다.

나도 지지 않고 "반대편에서 수영해서 왔어요. 바다에서 오래 있을 때는 체온을 유지를 위해 긴 슈트가 필요해요." 바로 받아쳤다. ㅋㅋ 난 나체주의자는 아니라 계속 있기는 싫었다. 심심하셨는지 더 있다 가라고 그러는데 ㅋㅋ "전 이만 수영하러 가요 안녕~" 바로 물에 뛰어들었다.

 


바다 수영은 파도가 쳐서 수영하기가 조금 까다롭지만 파도는 대부분 강하게 한 번, 약하게 두 번 이런 식으로 박자와 리듬이 있었다. 그걸 알고 박자에 맞춰 물을 타면 힘들지 않게 수영이 가능했다. 파도가 강할 땐 한번 쉬고 약할 때 앞으로 두 번 전진하면 파도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 에너지도 아낄 수 있다.

물이 따뜻해서 좋았다. 이번에는 수심 깊은 곳 부표 아주 가까이에서 다시 반대편으로 쭉 헤엄쳤다. 힘이 들면 잠시 누워서 잠시 쉬는 것도 좋다. 바다 위에 누워 있는 거 힐링이다. 하지만 언제 파도가 뺨을 때릴지 모르니 오래 멍 때릴 순 없었다. 영차 영차 헤엄쳐 가자.

그림4_크로아티아_여행_3일차_스플리트_바다수영

 

예지낙 비치

너무 편안했던 수영을 마치고 서둘러 예지낙(jezinac) 비치로 갔다. 해변으로 내려가니 오후 5시쯤이었다. 카수니비치 만큼 아름다웠지만 직사광선이 내리쬘 수 있는 구조였다. 오히려 오후 늦게 온 게 더 좋았다. 바다는 모래바닥이었지만 깊어질수록 바닥에 풀이 무성했다. 난 바다 풀숲을 보면 약간 패닉에 빠진다. 좀 무섭다. 컴컴한 게 물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괴물이 튀어나올 것 같다. 차라리 아무리 깊어도 모래 바닥이나 큰 바위가 있는 게 좋다.

그림5_크로아티아_여행_3일차_스플리트_예지낙비치


해가 지기 시작해 쌀쌀해지고 파도도 조금 심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간단하게 수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예낙비치도 좋았지만, 난 카수니 해변이 제일 좋았다.!!

예약한 새로운 숙소에 돌아왔다. 반바지라 집에 올 때 굉장히 추웠다. 오는 길에 이런 팻말이 있었다.

그림5_크로아티아_여행_3일차_스플리트_옛유적

스플리트에서 태어나 성직자가 되어 평생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로서 삶을 바친 프라리노(Fra Lino)가 태어난 집이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카톨릭 교회에서 성가 연습 소리가 들렸다. 나랑 같이 지나가던 할머니께서 멈춰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하셨다.

숙소는 굉장히 예뻤다. 찾기 힘들었는데 아저씨가 길거리에 마중 나와 계셨다. 영어는 못하시는데 집을 소개해 주고 휴대폰 바탕화면의 부인과 딸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활짝 웃으셨다.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스플리트 사람들은 참 다정하다.

아침에 요거트 & 과일 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서둘러 수퍼에서 사 온 고기와 야채를 듬뿍 먹고 짐 정리를 한 뒤 침대에 누웠다. 앗. 내일 스쿠버다이빙 픽업 장소에 늦지 않기 위해 알람시계를 6시에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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