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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여행 4일차 스플리트 (3) 니모를 찾아서

해외여행

by The 1975 2022. 10. 5.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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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일정
그림2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아침풍경

괜찮아 오늘 다 잘 될거야!

우렁찬 알람 소리가 들렸다. 거울을 보니 어젯밤 샤워하고 머리를 완벽히 말리지 않아 머리가 엉망이다. 빗질로 잘해봐도 안된다. 오늘은 스쿠버다이빙을 예약한 날이다. 머리는 그냥 질끈 묶고, 간단하게 준비 후 서둘러 픽업 장소로 나갔다.

약속시간이 8시 30분이었는데 다행히 늦지 않았다. 정확히 8시 30분에 승용차가 왔다. 반대편에서 어떤 남자애가 같은 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왠지 나랑 같은 차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못 보고 지나갈까 봐 높은 턱에 올라서 지나가는 차마다 아이컨텍을 하고 있었다. 승용차 한대가 왔고, 반대편의 남자애를 태우고 휙 지나가는데 갑자기 코너에 차를 멈추더니 창문을 내리고 이렇게 물어봤다. “스킨스쿠버 하러 왔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달려갔다. 운전석에서 내려 활짝 웃으며 차문을 열어준다.

그림3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자동차타고
그림4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다이빙센터가기

 

 


신나는 크로아티아 대중가요를 들으며 30분을 달려 다이빙 센터에 도착했다. 나만 빼고 다 남자들이다. 극 내향이라 뻘쭘하게 서있었는데, 한 다이버가 말을 걸었다. “안녕~ 난 000이라고 해 반가워, 스쿠버다이빙해본 적 있아?” 스쿠버 다이버 아저씨는 굉장히 착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난 다이빙이 처음이야...” 난 쭈굴이 오징어처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분은 친절하게 웃어주셨다 "괜찮아 오늘 다 잘될 거야!”

그림5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베누스 다이빙센터

골라준 다이빙 복을 입고 마스크, 오리발을 맞춰 보고 배를 탔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보트를 타고 20분 정도 바다를 가로질렀다. 너무 빨라서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바다로 빠질 것 같았다. 통통 거리는 내 몸을 간신히 배에 고정시키고는 바다를 바라봤다. 내 눈앞은 파란하늘과 파란 바다 이것 뿐이었다. 이렇게 바다 위를 빨리 달려본 적은 없었다. 탁 트인 시선 속에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다. 곧 다이빙 장소에 도착했다. 다른 다이버들은 모두 개인 장비를 착용하고 빠르게 물에 들어갔다. 나는 보트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나를 도와줄 착한 눈을 가진 다이버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혹시.. 수영은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10살에 수영 배웠고 20년 넘게 수영했어요. 바다수영도 해요.!”라고 말하니, 안심이라는 듯 다이버의 표정이 환하게 풀렸다. 그리고 다이빙 기초 속성 강의가 시작 됐다.


중성부력

“부력…이라고 혹시 아니?” 선생님의 질문으로 간단한 설명이 시작됐다. 부력은 몸을 뜨게 하는 힘이다. 이 부력을 거슬러 물속에 일정 시간 동안 가라앉아 수영하는 게 스쿠버 다이빙이다. 물속에서 수영할 수 있도록 몸이 뜨지도 않고 가라앉지도 않는 상태가 중성부력(Neutral bouyancy)이다. 이 중성부력을 조절할 줄 알면 일단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 장비(조끼)는 기본적으로 공기를 넣고 빼는 튜브가 있어 몸을 뜨게 한다. 조끼에는 두 개의 버튼(공기 빼는 버튼, 공기 넣는 버튼)이 있는데 이걸 적절히 눌러 공기를 넣다 뺐다 하면서 부력을 조절한다.


자세

스쿠버 다이빙의 기본자세는 엎드린 자세와 서 있는 자세다. 엎드린 자세는 레슬링 빳데루 자세와 비슷했다. ㅋㅋ 물속에서 대부분 이 자세를 유지한다.

그림6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스쿠버다이빙

 

숨을 참지 않기

마스크를 쓰기 때문에 물속에서는 코는 사용할 수 없다. 입으로만 숨을 쉰다. 단, 숨을 참지 말고 계속 숨 쉴 것.


귀멍멍 조절하기: 귀속 압력차 조절(이퀄라이징)

비행기 탈 때 고도가 높아지면 압력 차이 때문에 귀가 먹먹해진다. 물속에서도 깊이 내려갈수록 압력 차이로 귀가 먹먹해진다. 침을 삼키거나 턱을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코를 잡고 숨을 내뱉는 방법으로 귀멍멍을 없앤다. 선생님은 코를 잡고 숨을 뱉으면 쉽다고 했는데 난 코가 낮아 잡히지 않았다. 대신 침 삼키는 방식으로 귀멍멍을 조절했다. 1m씩 내려갈 때마다 압력을 조절한다고 했다.

 

물에 들어가기 위해 장비를 착용했다. 자신의 몸무게에 맞게 무거운 철 덩어리를 허리에 매고 나머지는 조끼 주머니에도 넣는다. 마스크를 끼고 산소통이 든 조끼를 맸다. 조끼에 공기를 잔뜩 넣어 부력을 최고로 만든 뒤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에 들어 갈 때는 뒤로 누워서 다리를 위로 차면서 들어가는데, 보트에 머리를 찧을 까봐 걱정 했는데 생각 보다 어렵지 않았다. 하핫


모든 게 익숙지 않은 새로운 곳

물속에서 나는 조끼를 타이트하게 조이지 않아서 산소통이 무게 때문에 계속 뒤로 누웠다. 선생님이 내 다리를 잡고 바로 세운 뒤 조끼를 몸에 맞게 조여주자 그제서야 서 있을 수 있었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물속으로 들어갔다. 바로 엎드려 다리를 저었는데 점점 가라앉아 바닥에 붙어 버렸다. 우선 귀가 아파서 침을 삼켜 얼른 귀멍멍을 조절했다. 부력을 높이라는 말에 버튼을 누르고 손으로 땅을 살짝 눌러주니 위로 올라갔다. 선생님 뒤를 따라 물속을 헤엄쳤다.

난 모든 게 익숙지 않은 세상에 들어와 있다. 온 세상은 파랗고 작은 물고기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여러방향으로 흐르는 물이 내몸을 사방에서 누르고 있다. 나는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눈앞에는 미세한 부유물들이 스쳐 지나갔다.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 비행사가 된 기분이었다. 잘 가다가 몸이 수면 위로 점점 올라오더니 뿅! 물위에 올라와 버렸다. 다시 부력을 낮춰 아래로 내려왔는데 이번엔 바닥에 가라앉아 버렸다. 앗. 가라앉는 것과 뜨는 것 사이 부력을 조절해 적당한 깊이의 물속에 가라앉는 게 기술이고 이를 위해 모든 감각을 집중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계속 두 개의 버튼을 눌러가며 야무지게 선생님 뒤를 따라갔다. 같은 수심인 것 같은데 시도 때도 없이 귀가 아팠다. 열심히 침을 삼켜가며 고통을 줄이고 헤엄 쳤다.

두번째 다이빙, 지구는 인간만을 위한 곳이 아니야

첫 번째 다이빙이 끝나고 우리는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역시나 숙련자들은 먼저 물에 들어갔다. 선생님이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넌 중성부력을 꽤 잘 조절하는구나. 너 재능 있어.(You are talented!)"

산소통에 장비의 무게로 조끼를 맬 때 어휴!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난 하체가 가볍고 잘 뜨는 편이라 무게추를 조금 내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골반쪽으로 무게추를 낮춰 맸다. 이번엔 귀 멍멍이 훨씬 덜 했다. 귀멍멍이 온다 싶을 때 부력을 높이는 버튼을 살짝 누르면 몸이 가라앉지 않고 귀멍멍이 오지 않았다. 수영하던 버릇이 있어서 앞으로 빨리 나갔다. 하지만 선생님은 여유롭게 천천히 간다. 나도 천천히 가봤다. 천천히 가니 아름다운 풍경을 좀 더 잘 감상할 수 있었다. 빠른 것이 좋은 건만은 아니야. 천천히 가는 것이 기술이다. 천천히 앞으로 가자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물이 이방향 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구는 인간 만을 위한 곳이 아니었다. 돌벽에 붙어 살아가는 생물들이 손에 닿았는데 무지 미끌거렸다. 땅 위라면 이상한 감촉이지만 이곳에선 이게 보통의 것일 것이다. 가능하면 바다 생물을 만지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너무 아름다웠다. 큰 물고기와 눈이 마주쳤다. 물고기가 놀란 것 같았다. 눈을 크게 뜨면서 "엇~너 누구야!!! 못 보던 녀석이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구멍 송송 뚫린 바위 위로 산호와 풀들이 산들산들 흔들리고 그 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봤다.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 이런 또 다른 세계가 있을 줄이야.

가이드 다이버 선생님이 시계를 보시더니 이제 돌아가자고 하셨다. 배가 정박한 포인트로 헤엄친 후, 수직으로 올라가 수면위로 올라오는데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서서 부력을 높여주고 자리를 저으며 위로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스쿠버 다이빙은 멋진 레저스포트다. 나에게도 잘 맞는 것 같았다. 배에 올라 눈치껏 내가 사용한 옷과 장비를 정리할 수 있게 옮겨주니 무척 좋아했다. 보트를 타고 다이빙센터로 돌아 온 후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스플리트로 돌아왔다. 날씨가 참 좋아서 젤라토를 사들고 올드타운을 걸어 다녔다.

그림7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낮의_올드타운2

 

기분이 좋았다. 마음속에서 자신감과 긍정적인 감정들이 샘솟았다. 번아웃이 왔거나 어떤 방법을 써도 스트레스 해소가 안되면 스쿠버 다이빙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최고로 건강한 해방감을 맛볼 것이다. 등산도 해보고 스키도 해보고 수영도 해보고 당구도 쳐보고 게임도 많이 해보고 스카이 다이빙도 해봤는데, 지금까지 내 경험상 스쿠버 다이빙이 레저스포츠의 끝판왕이 아닐까 생각한다. 너무 좋았다.

그림8_크로아티아_여행_4일차_스플리트_빨래_점심

출출해서 버거를 사들고 집에 돌아 왔다. 내일 크로아티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니 빨래를 했다. 숙소에 세탁기가 있어서 더러워진 옷들을 빨았다. 빨래가 다 되는 동안 상쾌한 몸과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쉬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앞으로 내가 갈 수 있는 이 지구상 아름다운 스쿠버 다이빙 장소는 모두 가볼거라고!

빨래를 널어놓고 마지막 계획인 마르얀 공원 전망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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