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을 할 때 30대중반에서 후반으로 가는 중. 혈관염이 발견되어서 건강이 무지 안좋았고, 공부를 하내마내 엄청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어. 예전에는 눈으로 보면 사진찍듯이 외워졌지만 건강이 안좋으니 머리에 안개가 끼더라구. 기독교인이라 기도하던 중에 “성실하라”는 음성이 마음 깊숙이 울려퍼져서. 이제 가만히 앉아 흡수하는 공부가 아닌, 손을 부지런히 써서 출력하는 공부를 시작했어. 내가 하는 공부나 연구를 5가지 카테고리로 만들고 매일 A4 한장~두장씩 약 5장의 완성된 글을 쓰면서 정리하는 걸 시작했어. 항상 쌓아두고 발효시키는데 익숙해 매일 뭔가를 완성 짓는 다는게 쉽지 않았어. 첫달에는 입술이 부르트고 몸이 힘들었는데. 3일만 해도 이후부턴 지식의 습득-소화-출판이 점점 빨라지더라구. 글쓰는 맷집?도 생기고..(근데 요즘 인공지능이 지식의 습득과 소화를 1차로 해서 나에게 먹여줘 요즘 학생들은 참 좋을 것 같아..!) 매일 일정한 분량을 하는 훈련이 나에게 유익했던 이유
유학가기 전에도 영어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과 출신으로서 문과적인 말빨 토론이 부족하다고 느껴 충분히 준비했는데도 부족했어. 그래서 매일 A4 한장-두장 분량으로 정리해서 마무리 짓는 훈련은 교수님과의 토론? 강의, 말로 해야하는 일들에 순발력을 가져다줘.
1. 나의 능력치를 현실적으로 알 수 있다. 몇주 하다보면 내가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이 최대 어느 정도까지 생산해 낼 수 있는지 파악이 됨. 20대에는 에너지를 모아모아 발효시켜 한방에 팍 사용해서 결과를 냈고 그게 좋은 반응들을 내기도 했어. 하지만 조금더 복잡한, 많은 양을 다루어야 할 땐 매일 조금 씩 하는 것도 이전 방식과 다르지 않게, 혹은 더 좋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 또 일의 스케쥴 조절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내 컨디션 조절에 큰 도움이 됨. 그래서 80%까지만 소비하고 쉬는 습관, 하루는 쉬어서 꼭 충전하는 습관도 들이고, 이때 아팠지만 다른 단계에 맞는 생활 습관을 익히는 훈련의 시간이 됐어. 결과적으로 안정적이고 일정한 퀄리틸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되더라구. 월레스 그로밋이란 애니매이션을 좋아했는데, 스톱 모션 방식의 수천개의 프레임을 촬영하는데 정교한 작업이 필요해 하루에 6시간 정도 촬영해 30초 정도의 컷을 만드는 정성을 들였다고 했던게 생각나..
2. 매일하는 훈련은 생각보다 강력해. 진짜 매일 내가하는 행위가 나를 만들어 그걸 무의식적으로 하는걸 습관이라고 말하기도... 매일 조그식 만들어서 완성한 월레스앤그로밋 시리즈는 오스카 상도 두번이나 탔고 지금 보아도 너무 재밌고 귀여운 완성도 높은 작품이야. 하루 5장 쓰기로 졸업도 하고, 지금도 계속 되고 있어 더이상 할 주제가 없으면 다양한 주제로 그 양을 아직까지 채우고 있어. 요즘엔 챗 쥐피티가 필요한 지식들을 착착 가공해서 가져다주니 시간이 엄청 절약되고 있어. 내가 자료조사하고 채크 이럴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이미 한번 정리된 지식을 이용하니(그래도 내 시각에 맞게 다시 재편집은 해야해, 챗쥐피티는 아직은? 지식을 포괄적이고 일반적으로 조합해준다고 느낌) 초안의 완성도가 엄청 높아져. 지식노동자들이 대체될 가능성도 높은데 더 날개를 달고 높이 날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 세상의 발전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더 빨리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도 들어..
그리고 글쓰기가 점점 빨라져
주제만 보면 목차가 주르륵 자동으로 생각난다.
매일 이렇게 쓰다 보면 글쓸때마다 머리속에서 편집했던 것이 반복되면서 나도 모르게 그 틀을 뇌가 기억하고 템플레이트 처럼 갖고 있게 되.. 그래서 이제는 주제만 보면 어떤 흐름으로 정보들을 배치할 것인지 [목차]를 저절로 생각하게 되. 사실 글쓸 때 목차를 먼저 정하면 거기에 살만 붙이면 되거든.
글쓰기를 위해서 조언
매일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진하지 말것.
마중물이 항상 있어야해.
심리적 에너지든 육체적 에너지든 항상 다 소비하지는 마
글쓰기는 든든한 에너지와 감정적 안정함위에 앉아서 진득하게 써야 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것은 운동을 해야하는 이유이기도해
운동은 필수야.
글을 쓸 때 보다 운동할 때 뇌는 더 많이 사용되. 사실 뇌는 움직임을 위한 기관이라고 해. 움직이지 않으면 뇌도 사용하지 않아. 그리고 운동하면 뇌가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그러니 글 쓰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일을 해서 뇌를 크게 해주고 뇌신경들이 팔팔하게 돌아갈 수 있게 준비해줘야해. 하루키가 마라톤을 한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어. 운동을 안하면 당신의 허리가 나갈꺼야. 진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