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순우리말 이름, 매 순간 열심히 잘 살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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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 이름
새학기가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봄/여름 학기에는 밝은 날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때 공원을 찾게 된다. 학교 뒤와 앞에는 큰 공원이 있다. (아래 사진) 이 사진은 점심시간의 사진이다. 잔디에 앉아서 밥도 먹고, 노트북과 책도 붙잡고 있다. 늦은 오후가 되면, 일요일의 공중목욕탕 처럼 앉을 자리 하나 없이 학생/주민들도 가득 찬다. 남자애들은 상의를 벗고 운동도 한다. 그룹으로 둥글게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독일 사람들이 햇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이번 학기에 필수로 들어야 하는 독일어 수업의 마지막을 듣는다. C1까지 배웠지만, 독일어 레벨테스트에서 A2를 받았다. 너무 어려웠다. 지난 학기에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독일 학생과 한 학기 탄뎀을 했는데, 따로 공부한 건 없도 둘이 만나 서로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직까지 스피킹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독일 사람도 다 사람이고, 그들이 사는방식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정도 이해 했는데, 이상하게 이제 독일어 울렁증은 없어 졌다. '독일어가 조금 익숙하고 편안해 졌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레벨 테스트에서 B1을 받았다. 야호 !! 그렇게 나는 독일어 수업에 들어 갔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현장수업이었다. 학생들은 마스크를 여전히 쓰지만 교수자는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이건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학기에 마스크를 쓰고 강의하는 교수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수업에는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부터 인도, 유럽, 중국, 한국을 포함해 첫 수업 시간에는 자기소개와 독일어 배웠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Was bedeutet Ihr Name?
Woher kommt Ihr Name ursprünglich?
(니 이름 뜻은 뭐고, 어떤 언어에서 따온 것이니?)
자기 소개 질문 중 하나였다. 참 똑똑한 질문이다. 이름과 국적을 말하는 건 조금 일차원적이다. 그러나 individuelle Geschichte & Herkunft der Namen을 말하면 국적 뿐 아니라 개개인의 히스토리도 엿볼 수 있어 풍성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
내 이름은 유교적인 이름이다. 유교에서많이 나오는 한자어가 내 이름에 들어 있고, 뜻 또한 유교에서 중요시하는 개념 중 하나다. 아하하..! 한자어에서 왔기 때문에 "제 이름은 한자(중국어,chinesische Sprache)에서 왔어요. 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기 싫었다.
-한국... 중국의 일부아냐? -
지금 까지 해외에 있을 때 많이 들었던 말이다. 특히 미국에서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미국에는 미국만 아는 분들이 많다.) 독일에서 '니하오'라는 인사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인종차별 감수성떨어지는 분들이 많다.) 중국애들도 나보면 맨 처음 중국어부터 한다. 너무 기분 나쁘다. 아시아인이면 모두 중국인이냐고..? 내 이름이 한자어로 지어진 이름이긴 하지만, 중국어에서 왔다고 하기는 싫었다. 하지만 독일어로 설명하자면 중국어, 중국문자에서 왔다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업에 중국인 학생이 두명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과 만나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망언을 하는 일도 있었다... 트럼프 정말 싫어하긴 했지만, 그냥 대통령도 아니고 한반도 정세에 관련있는 나라라고.. 참나..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전략적으로 발해와 고조선의 역사를 중국역사에 집어 넣었던 동북공정은 어떠며, 김치와 한복을 의도적으로 유투브와 방송에서 내보내거나 한국 출신의 연예인이 방송에 나오면 "조선족"이라고 표기하는 파렴치한 행동까지.. 정말 눈뜨고 코베는 중국정부 행동은 해외 사는 한국인으로서 뒷목잡게 하는 달갑지 않은, 분노하게 되는 점이다.
-북한과 한국의 통일에 이상한 반응을 보였던 중국학생들-
예전에 영국에 있었을 때 케임브리지라는 대학도시에 있었다. 똑똑한 학생들이 모인 곳인 만큼 영국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했다. "너는 한국인으로서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는 당연히 "yes, of course we have to!" 라고 대답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 줬다. "북한과 한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원래 한 국가였고, 한국인은 북한보다 훨씬 위쪽까지 국가를 만들고 살았었다. 북한은 오랬동안 한국 영토였고, 또 우리는 한민족이다. 때문에 통일되어야 한다." 이렇게 말했다가 옆에 있던 중국학생이 정말 놀랍다는 표정으로.. &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한적이 있었다. 독일에서는 중국인처럼 보이는 스타일의 옷차림을 하거나 한자가 쓰인 물건을 들고 나가면 유독 사람들이 불친절하고 거칠게 대했던 경험도 있었다. 중국과 왠만하면 엮기기 싫었다.
Es kommt aus koreanisches Sprache. !!
난 이렇게 말했다.
누가 아냐.. 걍!! 내 이름의 뜻은 한국어에서 온 의미에요! 말했다. 물론 난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과 그 뜻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지만, 한자기원의미라서는 아니다. 부모님께서 순한글 우리말 이름을 지어주셨다면, 이런 자리에서 난 자랑스러워 하며 내 이름의 뜻을 말했을 것 같다. 이런 작은 것이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음을 알리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내 아이들에게는 꼭 순우리말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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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
헉, 유령처럼 지냈는데, 사실 다 보고 있었다. !!
오늘 우연히도 지난학기 수업의 튜터 옆에 앉았다. 박사과정 학생들도 독일어 수업을 들으러 온다. 독일 대학교에서 독일어 수업을 이수하면, Unicertifikat 이라는 이수증이 나오는데, 괴테인스티튜스에서 수업을 받은 후 발급받은 것 과 같이 인정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포함한 국제교환학생까지 독일어 수업에 온다. 인도에서 온 분이었는데, 연습시간에 후딱 풀어주고, 자기 일하기 바쁘게 휘리링 가버려서 학생들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분이 날 보자마자 "너.. 그 수업에 있었지 않았니?" 라고 하는게 아닌가? 나는 꽤나 놀랐다. 땀이 삐질 났다. 나는 지난 학기에 이 수업에서는 거의 유령처럼 살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연습시간에 질문도 안하고, 문제풀이 발표도 안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안하고.. 가만히 수업만 듣고, 문제풀이 법만 배우고 빠르게 교실을 나왔다. 변명을 하자면, 지난학기는 온라인에서 처음 현장 수업으로 바뀌어서 나름 적응하느라.. 학점을 많이 듣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니.....털썩,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옛속담이 괜히 나온것이 아니다. 새도 안듣고 쥐도 안듣는다면 다른 누군가 너의 행동을 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지난 학기에 "그냥 조용히 지낸다", "어짜피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생각아래.. 잘못 행동한 것은 없는지...머리를 굴렸다. 다행히 그런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앗! 헐.. 나 뭐 태도가 안좋았던게 있었던가??... 없었겠지??
누가 보던 안 보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해..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을 위해서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