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백서/독일에서 본 한국

정치적 담화 속 낯선 단어들: '괴휴'와 '잔당' 그리고 그 숨겨진 진실

The 1975 2024. 12. 28. 11:57
반응형
SMALL

낯선 단어와의 만남

최근 민주당 모의원의 발언에서 "괴휴"와 "잔당"이라는 단어를 접했습니다. 저 또한 한자교육 세대이며, 한국에서 자라며 신문, 잡지, 다양한 책을 읽고 많은 단어를 접해 봤지만, 이 두 단어가 조금.. 이상하더라구요. 쫌 갸우뚱...? 잔당이라는 단어는 현대에는 자주 안쓰이며 고급스러운 단어는 아닙니다.  특히 괴휴! 이 단어는 살면서 듣도 보도 못한 단어인데요. 뭘까요? ㅋㅋ 국립국어원 표준 한국어 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 단어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려는 호기심이 들더라구요. 왜냐면 세상에 새거는 없기 때문에, 다 어디에서 보고 들어서 나온 것일 텐니까요.

 

 

 

"괴휴"와 "잔당"의 미스터리

1. 괴휴(怪休): 국립국어원 표준어사전에도 없는 단어
"괴휴"라는 단어는 일반 한국어 사용자들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단어입니다. 표준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으며,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어휘 체계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단어죠. 하지만 중국이나 북한에서 사용되는 표현이라는 단서를 찾았습니다.

  • 북한/중국적 언어: "괴휴"는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행동을 뜻하며, 북한의 선전 문구에서 상대를 비난하거나 조롱할 때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눈으로 직접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중국어에.. 비슷한 한자를 쓴다고 합니다.한자를 생각해보면 "괴(怪)"는 이상하거나 기괴한 것을, "휴(休)"는 멈추거나 쉬다를 의미합니다. 국회에서 국어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쓰다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괴휴라는 단어는 아마, 괴이하다 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괴이(怪異)라면 말도 이상합니다. 왜냐면 괴이는 명사로 쓰이지 않고, "괴이하다", "괴이한", 형용사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괴이를 말하려고 했더라면, '괴이한 일'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이 정도는 한국어로 석사 논문 쓰는 수준에서 논문 작성법으로 교육하고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논문을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고생하면서 썼다면, 이 정도는 감각으로 아실 것 같은데요. 저는 한국에서 배울 때, 연설이나,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첫문장 이라고 혼나면서 배웠습니다.  모든 글과 말의 첫 부분은 글 전체의 얼굴이기 때문에, 초보적인 실수를 한다면 나머지 내용의 신뢰도가 확 떨어집니다. 그래서 더 이상 뒷 내용을 듣지 않았습니다. 신뢰도가 확 떨어지더라구요. 

 

* 참고로, 일본어에는.. 괴이(怪異)(괴상한 것)이라는 단어는 있습니다. 카이- 라고 하는데..한중일 중 유일하게 명사로 자주 쓰입니다.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아직도 중국문자, 한자를 쓰기 때문에 중국어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중국어에도 괴이(怪異)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뜻은 같지만 역시 주로 형용사로 쓰입니다. 한국어에도 괴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명사로 쓰이지 않아요. 

 

문득 어릴 때 금요일 밤 11시쯤 kbs 1에서 종종 방영 됐던 북한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어릴 때라 명확히 기억이 나거든요. 괴00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사용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검색 해봤습니다. 북한 언론에서 비슷한 단어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시에 사용 된 것이 보여집니다. 

 

2. 잔당(殘黨): 북한 신문에서 특정한 시기에 대한민국 여당을 부르기 위해 쓰였다. 
"잔당"은 "남은 무리" 혹은 "잔존 세력"을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아주~ 옜날에나 쓰였습니다. 근대 문학소설에서 몇번 봤었고,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사용되는 걸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선전 문구에서는 자주 등장했습니다.

  • 북한 언론 아카이브에서 이 단어를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검색한 것에 따르면, 1999년에 딱 한번 쓰이고 안쓰이다가, 2017년 박근혜 탄핵 시기, 여당을 부르기 위해 집중적으로 사용된 것이 사용됐네요. 하나 특이한 것은 북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보도가 어찌나 많이 나왔는지, 잔당이라는 단어는 같은 시기에 약 2,384건이었습니다. 너무 많아서 모두 캡쳐할 수도 없었어요. 

 

언어는 정신의 집

 "언어는 정신의 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와 세계관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는 뜻입니다. 이 분이 사용한 이 언어들은 그가 어떤 언어적, 문화적 배경에서 사고하고 있는지를 암시합니다. 한국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북한식 어휘를 구사했다는 점에서, 그의 정신적 기반 혹은 언어적 영향력이 어디에서 왔는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결론: 이상한 단어들이 던지는 질문

이 발견은 단순히 단어의 의미를 넘어, 언어가 개인의 사고와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를 제공합니다.

  • 왜 저 의원은 한국에서 흔히 쓰지 않는 단어들을 선택했을까요?
  • 북한 노동신문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들이 그의 발언에 등장한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 그의 발언 속 언어는 한국에 뿌리를 둔 것 같지만, 그 정신적 기반은 정말 어디에 있을까요?

질문들은 언어와 사고의 관계, 그리고 개인의 언어적 선택이 어떤 세계관을 반영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당신의 정신은 어느 곳에 계신가요? 이번 비상계엄령으로 국회 방송을 보게 되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언어 수준이 참 별로다. 생각 많이 했지만, 게다가 원고 없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단어라서 더 이상합니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이 자기자신을 제일 잘 나타내지 않나요?

 

 

 

잔당이라는 말이 사용 된 수많은 북한 언론..캡쳐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