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일지1주_수영장을 다시 가기 시작했다.
내 인생 운동, 수영
나는 운동을 매우 못했다. 초등학생 시절 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체육시간은 곤욕이었다. 구석 한켠에 앉아서 안하겠다고 손사래를 치는 학생이 나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100m 달리기를 했는데, 꼴지 했다. 장거리 달리기라고 뭐 잘했겠는가. 학년 전체가 뛰는 오래 달리기에서 뒤에서!! 4등 했다. 공을 가지고 하는 놀이는 순발력과 손가락과 손목 힘이 없어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직도 그 때 느꼈던 감정이 생생하다. 체육 선생님께서 “이번 시간에 피구다” 할 때면 지옥의 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 공에 맞을 까봐 두려움과 공포속에 있었다. 공이 나에게 올땐, 공을 잡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덜덜 떨었다.
수영 한 번 배워 볼래?
하지만 내가 가장 잘하는게 있었는데, 그건 유연성 테스트 였다. 몸이 어쩜 이렇게 잘 접히는지, 체육시간에 유연성 테스트만 하면 1등이었다. 나는 활동적인 아이가 아니었다. 점점 집에 있기만 좋아하는 딸을 보며 걱정이 됐는지, 어느날 밖에 나갔다 오시면서 엄마가 솔깃한 제안을 하나 하셨다. "수영 한 번 배워 볼래?" 나는 호기심에 한 번 가보겠다고 했다. 우리 엄마는 수영복과 도구들을 사주시며 인근 가장 큰 수영장에 나를 등록시켜 줬다. 이 수영 클래스가 내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수영장에서 만난 매 인생 첫 베프
수영 첫 날 엄마가 사준 수영복 가방을 들고 수영장에 갔다. 접수 받는 언니가 알려준대로 탈의실에 수영복을 입었는데 우리반 부반장이 있었다. 우린 말 한번 섞어 보지 않았단 친하진 않았던 사이였지만 부반장이었던 아라는 나를 보고 먼저 인사를 했다. 어른들에게 인기도 많고 야무지고 여성스러운 아이였는데 말해보니 나 차럼 털털한 남자 같은 면이 서로 닮아 금방 친해졌닼 게다라 일주일 3번씩 매일 수영장에서 만나다 보니 조심스럽게 우린 친구가 되었고 3개월 뒤엔 베프가 되었다. 너무 친해서 같은 반 아이들이 질투를 할 지경이었다. 난 공부에도 관심없고 노는데도 관심 없는.. 재는 뭐하느라 살았을까 생각 될 정도로, “눈이 떠 있으니 산다” 라믄 모토로 매일을 사는 아이였다. 하지만 아라는 학교 전체 부회장까지 할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사랑 받을 만큼 싹싹하고 야무진 마음씨가 정말 예쁜 친구였다.
거기는 우리가 매일 건너던 그 곳이야
어느날 아침 토요일 아침 청소를 하느라고 운동장 주변에 나와 있었는데, 학교 주변에서 웅성거리를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일까?..' 느낌이 이상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궁금했지만 묵묵히 내 할 일을 끝내고 교실에 들어왔다. 아라가 등교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택시에 치였고, 택시는 꽤 빠르게 달렸다고 한다. 아라는 차에 치여 위로 붕 떴다가 도로에 쿵 하고 떨어졌고 머리에서 피가 많이 났다고 했다. “바로 병원에 실려갔는데 상태가 심상치 않다” 하루종일 애들이 수군 거렸다. 사고가 났던 그 장소는 수영을 가기 위해 우리가 매번 건넜던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정확히 그곳이었다.
나는 수영장을 가기 위해 학교 앞에 있는 아라 집에 들러 아라를 기다렸다가 걸아오면 그 횡단보도가 나왔다. 신호등은 조금 멀리 있었다. 이 횡단보도가 지름길이었다. 저기까지 걸어가기가 귀찮았다. 우리는 그 곳을 건널 때 마다 "여기 건너도 될까?" 서로 질문했다. 우리는 너무 익숙한 도로라서 매번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 안온다 지금 건너도 돼..!" 우린 좌우를 살핀 뒤 그곳을 건너서 함께 수영장에 갔었다.
사고가 마자마자 내 머리속에서 필름이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교실에 앉아 있었다.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담임선생님은 사고가 있었고 곧바로 지역 가장 큰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하셨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뛰는 심장을 조용히 다독이며 끝까지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 왔다. 이때 토요일 수업이 있던 마지막해였나 그랬던 것 같다.
태국보다 덥다는 한국의 여름이었다. 토요일밤이면 가족 모두 민소내 내의와 짧은 반바지, 모시 잠옷을 입고 거실에 앉아 MBC 주말의 명화를 봤다. 호랑이가 크게 포요하는 영화사 도입부가 지나가고 주인공들이 화면에 나오기 시작할 때 쯤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오빠가 전화를 받았다. 바로 엄마를 바꿔준다. “여보세요!” 엄마는 나에게 전화기를 줬다. 우리반 부반장이었다. "##야 나 부반장 땡땡인데, 아라가 오늘 저녁에 죽었어. 내일 오전 10시에 모여 다 같이 버스 타고 병원 영안실에 갈꺼야. 같이 가도 되고, 나중에 부모님이랑 따로 가도 돼. 같이 가려면 내일 9시 반까지 학교 앞으로 와." 라고 말했다. 난 쇼파 앞에 앉아 전화기를 귀에 댄 채로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 모두 숨을 죽였다. 선풍기와 헐리우드 영화 더빙 목소리만 적막한 거실을 가득 채웠다.
난 중학생이 되었고, 이후 그 곳에는 신호등이 설치됐다. 대학에 갈 때까지 난 수영을 배우지 않았다. 수영장 근처에 올때면 길을 돌아 갔다. 혹시 길을 잘 못 들어 수영장 근처에 오면 락스 냄새가 났는데, 그때마다 아라와 그때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방안에만 있는 나를 보시고, 부모님은 오빠와 함께 주말마다 나를 데리고 등산을 가셨다. 내가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 찾았는데, 성격이 까다로워서 아무나 친구 못만드는데, 거기서 첫 베스트 프렌드를 만났는데 매번 건너던 횡단보도에서 그 아이가 죽었다니. 인생도 참. 나보고 그 사건을 어떻게 잊으란 말이지? 어떻게 다시 수영을 할 수 있지?
슬픈 마음도 그 안에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내 마음속에서 해소하지 못했던 그 친구와의 우정에 대한 에너지는 중학교에 들어서 재미를 붙인 익힌 수학과 과학 공부에 쏟아졌다. 뭐 딱히 친구들이랑 많이 놀지도 않고, 혼자 지루해서 책을 들쳐보다가 우연히 관심이 생긴 것이다. 그 친구와의 만남도 우연이었고, 책을 보다가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모두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분수 계산도 할 줄 몰랐던 내가 수영 이외의 또다른 취미? 즐거움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렇게 공부에 몰입하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대학교에 들어가자. 지난 기억은 희미해졌다. 새로운 계절, 시절이 시작되었다. 나는 다시 수영을 배웠다. 그때 미쳐 다 배우지 못했던, 접영을 배웠다. 힘 안들이고 자세 좋은 수영을 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팔다리가 길고 손과 발이 커서 적은 스트로크로도 잘 나간다, 넓은 어깨와 앞 뒤로는 좁은 몸이 아주 수영에 딱이라고 평생 수영을 하라고 들었다. 그리고 수영은 나의 인생 운동이 되었다. 중간에 손목염좌가 있어서 7-8년 수영을 다시 쉬었던 때가 있었지만 수영 만큼 내 몸에 맞는 것은 없다. 암튼 수영은 내 몸에 가장 잘 맞는 운동이자, 잊지 못할 사건을 안겨준, 아름답게 슬펐던 bittersweet한 에너지를 주었던, 또 그것이 내 인생을 다른 국면으로 인도해 줬던 원동력주었다. 슬픔은 추억이 되었고,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 친구를 떠올리지 않고, 수영장에 간다.
독일 하노버 수영장
대학 친구로부터 수영장들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6월 마지막 주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강습은 적게 가르치고, 자유롭게 수영하는 것이 많다고 했다. 독일 사람들은 조금 일을 대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다 먹고 살기 때문이라 그런지.. 선생님들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상대방의 환경을 생각해서 가르치는 분은 본적이 없다. "높은 비용, 낮은 퀄리티" 독일은 언제나 이 문장으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곳이었다. 난 내가 좋아하는 것에 한해서 지루하게 반복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그냥 혼자 훈련하기로 했다. 차라리 한국 수영선생님들의 유투브를 보는게 더 낫다. 미안하지만, 독일은 너무 못가르쳐.. ㅜㅜ 그러나 한국 보다 좋은 점이라면 아무도 누가 뭘하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수영장 가면 누가누가 잘하나 뽐내는 것 같아서 무지 신경 쓰이는데, 여기는 그냥 자유롭게 물속에서 노닐고, 누가 더 잘하는지 아무도 신경 안쓴다. 혼자서 나의 페이스에 따라서 차분히 훈련하기 굉장히 좋다.
하노버의 수영장을 찾아 봤다.
1. Stationbad 아레나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슈타치온바드 아레나였다. 하노버에서 가장 큰 수영장이다.
독일의 두번째 올림픽, 1972년 뮌헨올림픽 때, 지어진 경기용 수영장이다. 스포츠파크(잠실운동장 같은 곳)에 있다.
der Austragungsort für Schwimmwettkämpfe, 경기용 아레나
-구글맵-
-내부모습-
50m의 레인(레인, -e Bahnen)이 있어 레인을 치우고 수구경기(-e Wasserballspiele)도 할 수 있다.
또 10m 깊이의 다이빙풀 (다이빙풀, -r Sprungturm)을 가지고 있다.
2. Listerbad
Nordstadt의 Lister라는 곳에 있는 야외수영장(Freibad)이다. 다이빙대가 있는 깊은 풀과, 얕은 수영풀, 경기용 50m 길이의 8개 레인의 풀이 있다. 현재 Stationbad에서는 자유수영을 9월까지 개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수영을 하고 있다. 집에서도 자전거로 15분이면 갈 수 있다. 단점은 야외라서 피부가 좀 탄다는 것인데, 정말 선크림 안바르면 안바른 부분만 바로 탄다. 얼굴에 기미도 좀 더 진해져서, 요즘엔 날씨가 흐린날에 주로 가고 있다.
밑의 사진으로 보니 꽤 크다. 수영하기 결코 비좁지 않고, 굉장히 좋다. 날씨가 더운 날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샤워시설이 딸린 남녀 탈의실이 따로 있고, 각각 2개씩이나 있다. 총 4개가 있는 셈이다. 보통은 탈의실을 남녀 각각 1개 씩만 열어 놓는다. 코인 락커도 있다. 전문적인 수영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저녁 늦게 한쪽 레인에서 훈련을 따로 하는 것 같았다. (PKW) 자동차를 끌고 오는 분들은 갓길에 아무 문제 없이 주차 가능하고, 자전거 주차 장소는 100명 정도가 와도 남을 정도로 넓고 충분하다. 나머지 수영장들은 좀 작은 규모라서 다 제외했다.
우선 처음 수영장에서 가서 하루 이틀은 한 일은 그냥 자유롭게 수영했다. 우선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추후 하루에 얼마나 수영할 수 있는지 계획할 수 있게 현재 체력으로 어느 정도까지 수영해야 피곤한지 알아보려고 1000m만 자유롭게 영법에 상관 없이 아무렇게나 수영했다. 수영장은 너무 좋았다. 물에 들어가자 마자 내 세상인 듯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바로 이거지..!
독일 수영장 사용의 특이한 점
1. 사람들은 쪼리, 또는 슬리퍼를 신고 수영장으로 이동한다. 한국에서는 맨발로 이동하는 적이 많아서 첫날에 슬리퍼 없이 수영장에 갔다. 수영장과 탈의실 바닥이 꽤나 더러우니 슬리퍼는 가져가는게 좋다.
2. 수영모와 수경이 없어도 물에 들어갈 수 있다. 수영복도 비키니부터, 일반 수영복, 래쉬가드까지 다양하게 입는다.
3. 그 밖에는 비슷하다. 락커는 1유로를 넣어야 잠글 수 있으니 동전 준비는 필수.
4. 수영장 티켓은 인터넷에서 구입가능하거나, 직접 가서 살 수 있음, 입장권은 많이 살 수 있음 10번씩 창구에서 살 수 있고, 이 경우 카드를 만들어줌
5. 다들 엄청나게 잘하는 수영은 하지 않는다. 마치 강아지 데리고 여유롭게 산책하는게 그들의 운동인 것 처럼 수영도 여유롭게 그냥 헤엄치기 그게 전부인 경우가 많고, 아무도 어떤 수영을 하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자신만의 재미로 수영하면 그만이다.
첫 3일의 분석
1. 유연성의 부족, 몸이 많이 굳어 있었다. 수영은 힘이 필요한 운동이 아닌 몸의 각 관절의 유연성이 가장 중요한 운동이다. 왜냐면 물속은 땅위와 다른 또 다른 세상이다. 중력도 다르고, 공기가 없다. 물의 저항력이 있어서 아무리 힘으로 물속을 헤치고 나가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 그냥 근육만 아플 뿐이다. 물의 저항속에서 나가려면 물고기가 앞으로 나갈때 몸을 구브리듯이 몸의 전체/일부분이 긴 곡선을 그리면서 면서 움직여야 한다. 그러면 큰 힘 쓰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추친력을 쉽게 가질 수 있다. 특히 가장 기본인 발차기(킥)를 할 때는 골반과 발목의 유연성이 모든 영법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발목이 약간 굳은 느낌이었다 집에서 발목 스트레칭을 하기로 했다. 킥에서 발목이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발목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 하체가 가라앉게 되고 수영을 더 힘들어진다.
2. 몸의 한쪽 근육이 많이 긴장되어 있었다. 특히 등 근육이 많이 긴장 되어 있다. 수영은 필라테스 못지 않게 몸의 균형과 바른 정렬을 갖는데 매우 좋은 운동이다. 수영할 때는 척추를 축으로 해서 양쪽의 균형이 잘 맞아야 한다, 발차기 할 때 골반이 조금 많이 틀어져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우스를 오른 손으로 쥐며 오래 일하고 공부해서 그런가 오른쪽 골반이 조금 틀어지거나 올라가 있었다. 특히 물 위에서 몸을 쭉 뻗고 있을 때 오른쪽 발끝이 왼쪽 보다 조금 앞당겨져 있었다. 골반의 균형은 앞으로 나가는데 매우 중요하다. 발차기 할 때 골반이 양쪽으로 리드미컬하게 흔들리면서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을 얻어야 하는데, 그 느낌이 나질 않았다. 골반이 틀어지고 다리길이부터 차이가 나니 물에 저항을 받게 되고 수영하는 감이 좋지 않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가지 않는 느낌..
3. 세상에! 나의 몸에 근육이라는게 없다.! 다리, 팔, 배, 등, 어느 곳에도 근육은 없는 것 같았다. 발차기 할 때도 무지 힘들었다. 밑으로 차는 킥 80 위로 차는 킥 20 이어야 하는데 다리가 물 속에서 부드럽게 잘 움직이지 않았다. 팔동작도 어깨가 아프다는 건 뭔가 자세가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몸이 양옆으로 자연스럽게 흔들려야할 롤링이 잘 안된다는 말일 것이다.
당분간 자유형 평형, 또는 자유형의 발차기만 번갈아가며 각각 500m/ 한 영법만 1000m씩 하기로 했다. 발차기가 안되면 아무리 팔동작을 해도, 수영하는 의미가 없다.